김재환의 ‘명품의 탄생’

'더현대 서울' BT21 X FRAGMENT 팝업스토어 전경

국어사전에 ‘사람들이 붐비는 장소에서 신상품 따위의 특정 제품을 일정 기간 동안만 판매하고 사라지는 매장’이라고 정의되어있는 ‘팝업스토어’는 명품 못지않게 백화점 간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어쩌면 단순히 백화점을 넘어 소매업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되었고, 문화 현상으로 발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은 곧 ‘팝업스토어’가 수익창출 효과뿐만 아니라 마케팅 수단으로도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상품 판매를 하지 않는 ‘팝업스토어’도 있기 때문에 그 사전적 정의 역시 ‘일정 기간 동안만 판매하고 사라지는 매장’에서 ‘일정 기간 동안만 판매 혹은 경험하게 하고 사라지는 매장’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더현대 서울에서 처음 쏘아 올린 ‘팝업스토어’ 경쟁에 모든 백화점이 참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온라인 쇼핑의 성장으로 인해 고객이 원하는 백화점의 역할 변화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전통적으로 고객이 백화점을 방문하는 이유는 ‘상품구매’와 ‘여가활동’이라 할 수 있다. 일상화된 온라인쇼핑이 구매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면서, 여가활동의 동기가 더욱 중요해졌다. 신규 백화점이 판매시설 외 엔터테인먼트시설에 많은 공간을 할애하는 것도 이러한 측면 때문이다.

백화점이 구매활동보다 여가활동의 장소로 인식되고 이용된다면, 수익은 어떻게 창출할 수 있을까? 이 지점에서 백화점은 여가활동과 상품구매를 절묘하게 연결시켜야 하는 숙제를 가지게 된다. 구매와 여가를 각각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구매=여가’, ‘쇼핑=레저’라는 등식을 성립시켜야 온라인과의 경쟁 속에서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백화점이 ‘쇼핑=레저’라는 등식을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 살펴보자. 온라인이 필요에 의해 수시로 신속하게 구매하는 ‘일상의 쇼핑’이라면, 백화점은 주말에 시간을 내서 즐기는 레저 스포츠와 같이 구매 자체가 여가활동인 '레저 쇼핑'이 되어야 할 것이다. 백화점에서 만나는 팝업 스토어는 ‘수시와 신속’이라는 일상의 쇼핑과 대조되는 ‘특별함과 즐거움’이라는 키워드를 가졌기에 ‘레저 쇼핑’에 매우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팝업스토어의 마케팅적 요소가 커지면서, 여가를 보내기 위해 백화점의 팝업스토어를 방문하는 고객의 구매 전환율과 객단가가 낮아졌다. 또한 백화점 간의 유치 경쟁뿐만 성수동으로 대표되는 핫플레이스와도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거래 조건도 초기에 비해 불리해졌다. 백화점은 매출과 수익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여가를 즐기기 위해 방문하는 고객을 늘리기 위한 팝업스토어 유치에 적극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1852년 최초의 백화점 봉마르셰 이후 백화점을 위협하는 여러 업태의 도전이 있었지만, 백화점은 ‘다양한 상품을 살 수 있는 공간’이라는 본질적 매력으로 소비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온라인과 본질적으로 차별화되는,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성공 사례가 계속되면, 백화점은 재미있는 경험을 얻기 위해 가야 하는 곳, 인스타에 사진을 업로드하고 싶은 곳으로 거듭날 것이다.

고객은 백화점을 ‘여가를 즐기면서, 다양한 상품을 살 수 있는 재미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