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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바나나가 예술이라고? 아름답지 않은 패션의 시작

발행 2023년 11월 05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김재환의 ‘명품의 탄생’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대표작 ‘코미디언’ / 사진=리움미술관

 

아직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2023년은 하나뿐인 딸아이의 대학입학, 담당 업무의 잦은 변경 등 어떤 해보다 다사다난했다. 남은 두 달여의 시간에는 더 이상의 다사다난이 없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개인사를 빼고 2023년 가장 인상 깊은 사건은 4월 말 미학을 전공하는 한 대학생이 리움 미술관에 전시된 1억 원짜리 바나나를 먹은 일이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대표작 ‘코미디언’은 박스 테이프로 벽에 바나나를 고정한, 현대 개념미술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2019년 12월 아트 바젤 마이애미에서 1억5,000만 원에 팔려 화제가 되었다.

 

관련 기사를 읽고 나는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쳤으며, 저절로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왜냐하면, 내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것을 실행에 옮긴 용자를 만났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 시절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를 통해 순수 미술은 아름다움을 넘어 철학과 접하여 있다고 읽었다. 동시에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 아무 목적도 없는, 순수 형식의 아름다움’이 예술이라 일갈한 칸트의 영향을 받은 90년대 학번의 꼰대에게 개념과 미술은 도저히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니었다.

 

리움 미술관에서 문제의 작품을 물끄러미 보면서, 오늘은 반드시 ‘완성된 작품 자체보다, 아이디어나 과정을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새로운 미술적 제작 태도’라는 개념미술의 사전적인 의미를 받아들여 보리라 하고 노력했다.

 

하지만 ‘아름답지 않은 저 바나나는 미술이 아니라 음식’이라는 꼰대 같은 생각이 더욱 커지며, 저 바나나를 먹어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는데, 용기 있는 한 대학생이 나를 대신해서 그것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물론 많은 비난을 받을 얘기인 줄은 알지만, 나는 개념미술은 자본주의에 최적화된 상업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념미술이 꽃핀 분야가 바로 패션산업이다.

 

개념미술이 처음 도입된 된 것은 스트리트 감성이 패션에 접목되는 시기였다. 젊은이들은 뒷면에 흰색 무늬가 그려져 있을 뿐, 별다른 디자인이 없는 후드 티와 역시 별다른 특징 없이 용도를 알 수 없는 긴 줄이 목 부분에 붙어있는 티셔츠를 만드는 브랜드에 열광한다.

 

수백만 원 넘는 자사의 쇼핑백과 똑같이 생긴 핸드백, 대형 할인점의 장바구니와 똑같이 생긴 핸드백이 대박 난 것 역시 동일한 시기였으며, 심미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아이디어나 과정에 가치를 두는 개념미술이 패션과 만나면서 발생한 일이다.

 

그 후 개념미술은 해외 브랜드뿐만 아니라 국내 브랜드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띄어쓰기 하지 않는 로고 외에는 특별할 것이 없는 후드티와 반팔티로 대박난 브랜드도 있고, 멋진 공간을 창출했다는 것 외에는 역시 디자인 차별성이 없는 브랜드는 유명 SPA와 콜라보레이션하며,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었다.

 

물론 패션은 트렌드를 반영하기 때문에 개념미술이 패션에 접목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존경할 수밖에 없는 우영미 선생님과 같이 자신만의 독창적이며, 일관된 디자인과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디어를 가미하는 것과 개념미술이라는 시류를 타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일종의 아이디어가 패션에 접목되어, 많은 브랜드가 출시했던 NFT가 한순간에 사라진 것도 개념미술이 패션에 준 영향이다.

 

늙은 바이어의 철 지난 고집이라 해도 어쩔 수 없다. 심미적인 아름다움이 없는 브랜드는 절대로 고객에게 오래 사랑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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