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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가장 단정하고 멋진 모습으로 배웅하기

발행 2023년 11월 27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박현준의 ‘스타트업의 세계’

 

 

1~2주 사이 반팔과 패딩을 번갈아 착용할 정도로 극심한 기온변화를 겪는 요즘이다.

 

이렇게 기온이 극적으로 변화하는 환절기에는 가슴 아프게도 많은 어르신들께서 돌아가시곤 하는데, 올해 가을~겨울의 환절기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 불과 1주일 사이에 필자는 이모부님과 외숙모님, 그리고 친한 벗의 아버님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그때마다 필자는 세 번 모두 조문을 했고, 당연히 조문을 위한 복장을 위해 검정 재킷과 검정 바지를 맞추어 입고 빈소를 찾았다.

 

필자에게는 동호회 활동을 통해 알게 된 정말 멋진 형님이 계셨다. 아무리 같은 취미를 공유하게 되어 빠르게 친해지기 쉬운 동호회 활동에서 만났다지만, 공교롭게도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라는 학연(?)까지 더해지면서, 최근 4년 동안은 거의 매달 또는 2개월에 한 번씩 저녁 자리 모임을 가졌다. 서너 시간 내내 공통된 관심사들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담화의 재미를 만끽하곤 했던 정말로 존경하고 친한 형님이었다.

 

필자보다 5살 위의 형님은 동생을 어렵지 않게 대했다. 늘 친근하며 환한 미소로 반겨주던 그런 형님이었다. 바로 두 달 전 저녁 모임을 갖고 다음 달 초에 다시 보기로 날짜를 잡으면서 헤어졌던 형님이, 마지막으로 뵌 지 한 달 만에, 갑자기 과로로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들었다.

 

황망한 마음으로 형님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하면서 영정 앞에 서서 내 자신의 옷차림을 살펴보면서 문득 형님께 죄송한 마음이 몰려왔다. 평소처럼 캐주얼한 검정색 재킷과 검정바지를 입었지만, 그러한 옷차림이 이상하게도 형님께 미안한 마음이 들게 했다. 혼자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미안함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사회생활을 하면서 무수히 많은 조문을 해왔지만, 거의 모든 조문이 내 윗 어르신들에 대한 조문이었다. 그분들께는 조문 시 지켜야 할 예절과 기본 복장 등에 대한 것을 신경 써서 조문했었지, 사실 돌아가신 분들이 한참 왕성한 활동을 하던 시기에 필자는 어린애거나 한참 어린 세대였기에, 돌아가신 그분들께서 조문 온 필자를 보신다고 하더라도 옷차림에 대해서 크게 개의치 않으셨을 거라 상상한다. 하지만, 이번에 친한 형님을 조문하면서, 처음으로 필자는 최대한 단정하고 멋진 모습으로 형님의 마지막 길을 배웅해 드렸어야 했다는 후회를 했다. 빈소를 다녀오는 길에 차 안에서 다시 한번 다음과 같이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이젠 필자의 벗, 친한 형님들과 아우들과 같은 동료들 즉 같은 세대를, 가슴 아프지만, 빈소에서 조문해야 할 상황이 서서히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소중한 이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는 자리에, 내가 가장 단정하고 멋진 옷을 입고 인사해야 내 스스로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조문용 맞춤옷을 알아보자고 처에게 이야기하니 선뜻 공감해주면서 이번 주말에 같이 가자고 한다.

 

“어른이 될수록 옷을 잘 입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종종 들어봤었다. 들을 때마다 공감하곤 했는데, 이번에 조문복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보면서, ‘옷을 잘 입는 것’에 대한 정의가 단순히 멋지거나 아름다움의 외양적인 부분만을 말하는 것 외에 뭔가 더 있겠다고 생각해보았다. 어쩌면 ‘옷을 잘 입는 것’에는 그날 대하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기본가정으로 깔려 있겠구나 싶었다.

 

같이 부대끼며 생활해온 삶의 동료들을 마지막 배웅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슬프고 힘든, 피하고 싶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때는 늘 그렇듯이 대비할 수 없이 닥쳐오게 될 것이고, 그러한 마지막 배웅의 자리를 위해, 가장 단정하고 멋진 조문복을 준비해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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