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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기업가치 협상하기

발행 2023년 09월 21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박현준의 ‘스타트업의 세계’

 

사진=게티이미지

 

 

필자가 현재 투자를 염두에 두고, 투자 밸류(투자 기준 기업가치)를 협상 중인 스타트업이 한 곳 있다. 1년 가까이 지켜봐 왔는데, 처음 미팅했을 당시 막 씨드(Seed) 투자를 유치해서 그 자금으로 자신들의 솔루션에 대한 PoC(Proof of Concept : 아이디어를 현장에서 실제 검증)에 착수한 단계였다.

 

내가 특히 주목한 것은 열정에 넘치면서도 겸손하고 경청할 줄 아는 창업자의 태도였는데, 매우 꼼꼼한 경영인으로, 회사의 사소한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파악하고 챙기고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이상적인 창업자 상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모처럼 좋은 창업자와 창업팀을 만나, 가능성 높은 산업에 도전하고 있는 솔루션의 잠재력도 높아 보여,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필자가 생각한 적정한 기업가치와 창업자가 생각하는 적정한 기업가치의 갭(Gap)이 너무 크다는 점이었다.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이 기업가치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협상 중이지만, 창업자의 기업가치에 대한 의지가 강해서 평행선을 달리는 중이다. 최근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냉각된 상황임을 감안하면, 투자 의사를 피력한 후 기업가치 협상에 이렇게 오랜 기간이 걸리는 경우는 이례적인 일이다.

 

사실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창업자와 투자자 간의 기업가치 결정이다.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객관적인 기업가치를 추정할 수 있는, 흔히 말하는 ‘실적’이랄 것이 전혀 없는 상황이 대부분이고, 심지어는 사업모델(BM)도 아직 존재하지 않거나, 있다 하더라도 확고히 자리 잡기 전인 상태일 가능성이 99%다. 때문에 다분히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높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초기 투자부터 지나치게 낮은 기업가치를 받아들여 자기 자신의 지분율이 크게 낮아지는, 소위 ‘지분 희석(dilution)’이 일어나게 될 경우를 우려할 수 밖에 없다. 계속 이어질 후속 투자에 따른 지분 하락을 감안하면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지분율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동시에 상장(IPO)기준에도 미달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될 수도 있어, 초기투자 유치 시 기업가치를 당연히 높게 인정받고 싶어한다.

 

이는 사실 필자와 같은 초기 투자자도 마찬가지이다. 지금은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에 투자하기 때문에 지분율이 어느 정도 되지만, 투자기업이 서너 번 후속 투자를 받게 되면 지분율은 최초 지분율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초기 투자자 역시 처음 투자할 때 같은 금액으로 높은 지분율을 받기 위해, 더 낮은 기업가치를 주장하려는 자연스러운 속성(nature)이 있다.

 

그러므로, 초기투자 시 창업자와 투자자 간의 기업가치 협상은 치열할 수밖에 없고 늘 긴장되는 과정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 과정을 회피하거나, 어느 한쪽이(보통은 투자자가) 찍어 누르는(?) 방식으로 결정하게 돼서는 안 된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이 협상 과정이 지난하고 오래 걸리고, 때로는 딜을 중단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좋은 투자 결과를 낳기 위한 생산적인 과정이고, 이를 통해 창업자와 투자자 간의 커뮤니케이션 농도가 결정된다.

 

필자와 같은 초기 투자자가 성공적인 회수전략을 구사하는데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제조건 중 하나가 투자자의 구주 매각에 대한 창업자의 협조이기 때문에 그렇다.

 

협상의 과정은 언제나 지난하고 힘겹다.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의 기업가치에 대한 협상이라면 아무리 그 과정이 피곤하다 할지라도, 결코 스킵하거나 편법을 구사해서는 안 된다.

 

필자 역시 지금 진행 중인 협상의 결과가 투자자와 창업자 양쪽 모두의 만족스러운 투자 집행으로 결론 날지, 아니면 중단으로 결정될지 알지 못한다. 다만 최선을 다해 설득해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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