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인의 ‘유럽서 전하는 패션 이야기’

프라다의 NFT 타임캡슐 컬렉션 / 사진=프라다

가상화폐 문제 등으로 침체된 웹(Web) 3.0 시장에서 럭셔리 브랜드만큼은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웹 3.0은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화폐, NFT 등을 기반으로, 사용자가 중심이 되는 탈중앙화, 지능화, 개인화된 맞춤형 웹을 일컫는다.

‘대체 불가능한 토큰’의 의미를 지닌 NFT는 자산의 소유권, 거래 내역 등이 블록 체인에 기록됨에 따라 위조와 변조가 불가능하다. 유일성, 희소성의 가치라는 측면에서 럭셔리와 맥을 같이 한다.

엔데믹을 기점으로 메타버스 붐 역시 주춤하지만 럭셔리 브랜드들은 NFT 기술을 적극 활용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시도 중이다. 가상 버전과 함께 실제 상품, 공간 참여 등으로 이어지는 피지털(Physical+Digital) 경험 설계에 주력하고 있다.

멤버십이나 이벤트를 위한 NFT가 아닌, 실제 제품을 가상에 연결하는 디지털 트윈 NFT로, 소비자 신뢰를 제공함과 동시에 중고 시장에서의 가치를 제공한다.

프라다는 2022년 6월 데미안 허스트의 아들 카시스 허스트와 함께 첫 NFT 타임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젠더 뉴트럴 디자인의 티셔츠를 50피스 한정 출시, 매월 첫째주 목요일에 실물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NFT를 소유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다.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근거리 무선 통신)와 RFID(Radio-Frequency Identification: 주파수를 이용해 ID를 식별하는 방식) 등의 기술이 NFT 거래를 지원했다.

현재까지 14번의 컬렉션이 이어지며 2023년 초부터는 구매자 중 1명을 선정해 밀란 패션위크의 남녀 컬렉션 런웨이와 모드 도쿄에도 초청한다.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피지털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루이비통' 디지털 트레저 트렁크 / '구찌' 안코라

루이비통은 2023년 6월 디지털 트레저 트렁크(Digital Treasure Trunk)를 가상 버전에 연결하는 디지털 트윈 NFT로 선보였다. 판매국은 미국, 캐나다,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등으로 한정했다.

루이비통의 새로운 NFT 프로젝트는 1년 간의 드롭 일정마다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구매 시 부여되는 디지털 키는 제품의 보물창고를 여는 역할을 하고, 디지털 트윈 형태로 물리적인 사본이 제공된다. 구매자는 두 세계의 장점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구찌는 2023년 9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알레산드로 미켈레 사임 이후 새롭게 임명된 사바토 데 사르노(Sabato De Sarno)의 첫 번째 데뷔 쇼인 구찌 안코라(Gucci Ancora)를 발표했다. 오프라인의 런웨이와 주제를 같이 하는 디지털 공간을 NFT를 통해 들어가게 했다. ‘이스터 에그’라는 디지털 공간 속 게임과 비밀 포털을 체험하는 몰입형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이 커뮤니티에서 제공하는 실제 아이템의 이미지 티저는 구찌의 독점 아이템 디테일이 있는 2,896개의 머티리얼 NFT를 배포했다. NFT 소유자는 추가 비용 없이 머티리얼 NFT로 교환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원하는 경우 실제 품목으로 교환하려는 사람들에게 재판매할 수 있다. 이때 NFT의 정품 인증 기능으로 제품에 대한 가치를 보장받는다.

이처럼 럭셔리 브랜드들은 NFT를 활용해 웹 3.0의 핵심 소비자를 겨냥해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혁신적인 피지털 마케팅을 실행 중이다. 브랜드의 신뢰도와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피지털 경험 설계에 주목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