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인의 ‘유럽서 전하는 패션 이야기’

지난 코펜하겐 패션위크에 참석한 '가니'

파리, 밀란, 런던, 뉴욕 4대 패션위크에 이어 이제 5대 패션위크라고 불리워도 좋을 만큼 성장한 곳이 있다. 바로 ‘지속가능 패션위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코펜하겐이다.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가 지난 여름 코펜하겐을 ‘다섯 번째 패션위크’로 분류하며 이슈가 되기도 했다.

바이어들은 전통적인 패션 중심지인 4개 도시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하고 글로벌한 시각으로 트렌드를 탐색해왔다. 2006년 첫 시작부터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둔 코펜하겐 패션위크는 매년 참가하는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순환 패션과 지속가능성 요구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며, 투명함을 원칙으로 하는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표해왔다.

2021년까지는 참가 브랜드 모두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했으나, 2023년 2월 열린 2023 FW 패션위크에서는, 참여한 28개 브랜드 중 1개를 제외한 모든 브랜드가 지속가능성 실행 계획을 적용했다. 참가 브랜드들은 패션위크 기간 발생하는 탄소 배출과 폐기물을 모두 줄여야 하는 요청을 받았다.

샘플 의상의 재사용과 재활용,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 금지, 제로 웨이스트 무대 제작, 런웨이로 인한 탄소발자국 상쇄, 판매되지 않은 옷을 폐기하지 않겠다는 서약 등 6가지 지속가능성 핵심 영역에서 충족해야 할 18가지 기준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는 소재에 대한 소비자 교육, 공급망 노동조건 등 제작, 생산 전반에서의 지속가능성 노력도 포함했다.

구체적으로 컬렉션의 최소 50%에 업사이클링, 재활용 등 지속가능한 소재 사용, 직원 교육과 공급망 실사 방안 등이 제시됐고, 현장에서는 재활용, 재사용을 원칙으로 제작한 초대장과 채식 중심의 식사 메뉴가 구성되었다.

지난 8월 2024 S/S 코펜하겐 패션위크에는 ‘스칸디나비안 쿨 걸(Cool Girl)’ 스타일로 덴마크를 대표하는 가니(Ganni)와 로타테(Rotate), 파올리나 루소, 헨리크 빕스코프 등 31인의 디자이너 쇼가 진행됐다.

그 중 대표 브랜드인 가니의 스마트한 지속가능성 전략이 특히 주목할만하다.

소비자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정신과 위트있는 디자인, 환경과 정치, 평등 문제와 같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디자인으로 ‘가니 걸(Ganni Girl)’이라는 마니아층을 만든 가니는 2017년 LVMH의 사모펀드 엘캐터튼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51%의 지분을 매각했다. 그리고 그해 5천만 달러(645억 원)의 매출액을 달성하며 성장 중이다.

2024 S/S 코펜하겐 패션위크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가니 컬렉션의 맞춤형 세트와 런웨이 음악도 제작했다. 가니의 팬인 ‘가니 걸’들이 SNS에 올린 댓글을 반영하고, 쇼장에서 상호 작용한 AI는 “보다 책임감 있는 삶에 대한 아이디어를 시작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만들어 쇼를 진행했다.

가니는 2027년까지 탄소 50% 감축을 위한 혁신적인 소재 개발 프로그램인 ‘미래의 직물(Fabrics of The Future)’를 통해 개발한 3가지 소재의 의상도 공개했다.

올리브오일 폐기물로 만든 식물성 비건 가죽 올레텍스(Oleatex), 해초와 농업 폐기물로 만든 스팽글 올그린(Algreen), 섬유 폐기물로 만든 써큘로스(Circulose) 등이다.

가니는 두 번째 인스타그램 계정인 가니랩(ganni.lab)을 통해 지속가능의 성과와 단점을 솔직하게 공유해 소비자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정보도 제공한다.

가니의 ‘책임감 있는 선택과 실행’을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