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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필호] 플랫폼 시대에서 브랜드 시대로의 회귀

발행 2024년 04월 14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신필호의 넥스트 이커머스

 

 

상품 소비시장을 바라보는 전통적인 관점 중 하나는 ‘제조업’과 ‘유통업’의 구분이다. 사업자가 스스로 개발하고 생산한 상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면 ‘제조업’이고 다른 제조사가 생산한 상품을 중간에서 관여하여 소비자에게 판매하면 ‘유통업’이라는 다소 이분법적인 관점이다.

 

‘제조업’은 개발과 생산에 필요한 고정비 부담으로 상품의 특성이나 가짓수를 유연하게 가져가기는 상대적으로 어려우나 재고나 판매운영 과정을 통제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반면 ‘유통업’은 판매 상품의 선택에 대해 상대적으로 선택의 폭이 넓지만 판매운영에 대해서는 공급자에 더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소비시장에서 오프라인이 중심이던 과거에는 이러한 구분과 특징이 보다 명확하였지만 이커머스 산업이 성숙해진 요즘 이러한 점이 모호해지고 있어 이를 짚어보고자 한다.

 

2021년 하반기부터 산업 전반에서 투자환경이 악화되며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성장성과 수익성에 대한 동시적 요구가 높아졌다. 유통 플랫폼은 근본적으로 수익성이 높지 않은 사업모델로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존의 ‘위탁판매’ 사업방식과 더불어 부분적인 ‘사입판매’의 확대, 자체 개발한 ‘상품/브랜드 사업확대’ 등을 치열하게 진행했다. 이러한 사업방식은 위탁판매만 진행하는 것보다는 수익성의 폭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과 이 상품들이 해당 플랫폼의 독과점적 상품으로서 플랫폼 간의 지난한 마케팅 경쟁 없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그 결과 쿠팡의 자체 브랜드 사업 총 매출 규모는 이미 1조를 넘었고 패션업계에서도 무신사스탠다드가 2023년 결산에서 매출 2,000억을 넘긴 것으로 추정되는 등 자체 브랜드 사업은 두 이커머스 플랫폼의 이익 실현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 사업 규모 면에서도 이제 이들을 온라인 유통사업자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중견 이상의 제조 사업자라 해도 이상하지 않다.

 

아울러 2023년 쿠팡의 명품 플랫폼 파페치 인수 또한 이러한 경향에서 그 배경을 일부 추측할 수 있다. 명품 산업은 상품의 생산뿐만 아니라 유통 과정에 참여하는 것에서부터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국내는 더욱이 공식업체가 아닌, 병행수입업체들이 유럽 현지 부티끄에서 소싱한 상품의 비중이 높다. 때문에 쿠팡의 파페치 인수는 병행수입업체들이 거래하는 부티끄보다 상위 부티끄나 1차 밴더들로부터 명품을 소싱할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다.

 

2023년 많은 뷰티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며 K뷰티의 특징에 대해 수차례 강조한 내용이 있다. 그것은 바로 “수많은 뷰티 브랜드와 상품이 트렌드를 흡수하며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없어진다. 이는 한국콜마, 코스맥스를 비롯한 크고 작은 한국의 OEM/ODM 업체들이 굉장히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필자의 경험 상 어떤 업체는 최소 생산 수량 1,000개로 2개월 이내 상품개발과 생산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뷰티 업계만의 일이 아니다. 스마트팩토리의 발전, 고도화된 글로벌 발주 시스템 등으로 웬만한 소비재는 이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빠르게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다. 앱스토어만 찾아보더라도 사업자와 관련 제조공장, 다양한 부자재업체를 연결시켜주는 서비스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환경이 조성되며 고객 트렌드를 실시간 반영하거나 히트 상품을 빠르게 카피한 상품을 소량 생산해 짧은 사이클로 운영하는 제조업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이커머스의 운영 시스템과 플랫폼은 점점 평준화될 것이다. 고객 DB 또한 마케팅 기술의 발달로 변별력이 크게 높아지지는 않을 듯 보인다.

 

필연적으로 이커머스 분야에서 한동안 지속되어 온 플랫폼 경쟁이라는 국면을 벗어난 브랜드/상품 경쟁의 심화로의 회귀가 전망된다. 다만 벨류 체인 전반의 복잡성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신필호 메디쿼터스 일본사업부 전략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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