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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삼] 백화점, 상품이 아닌 경험을 파는 공간으로의 회귀

발행 2024년 02월 19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최낙삼의 ‘포스트 리테일’

 

더현대 서울 5층 사운즈 포레스트에 조성된 'H빌리지' / 사진=현대백화점

 

고물가와 경기침체, 환율 불안이 겹쳤던 지난해 유통업계는 대부분 채널에서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펜데믹이 지나면서 이전과 이후로 각각 큰 쏠림현상을 경험했던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엔데믹을 맞으며 50:50으로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 이커머스가 두 자릿수의 성장을 거듭하던 시절은 끝났고, 오프라인 매장들이 속절없이 폐점하는 경우도 사라졌다. 양쪽 모두 조정과 성장을 위한 숨 고르기는 있겠지만 특별히 한쪽만 어두운 미래는 가신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인 것을 제외하고 유통 전문가들이 2024년 중요하게 언급하는 화두는 ‘기본’, ‘리셋’, ‘수익성’, ‘효율과 같은 단어들이다. 외형보다는 내실, 새로운 것을 더 하기보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하는 방향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최근 오프라인 기반 백화점들의 변화는 인상적이다. 지난 수년간 온라인에 치중했던 소비자들이 속도와 편리함에 가려져 있던 ‘실제적인 경험 욕구’를 다시 분출함에 따라, 백화점들은 다채로운 체험과 풍성한 삶의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써의 방문 유도와 체류 시간 증대를 목표로 거듭나고 있다.


정해진 파이(Pie) 안에서 몫을 확대하기 위한 백화점들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만 사고 바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먹고, 즐기고, 보면서, 쉬면서, 놀면서, 상상하게 하면서, 머무르게 하는 것이다. 고객의 시간을 더 많은 점유함으로써 시간도 쓰고 지갑도 열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백화점들은 고객의 시간을 더 많이 점유하기 위해 명품에서 눈을 돌려 F&B를 런칭하고, 맛집 유치, 예술품 전시, 팝업 매장을 통한 ‘체험형 콘텐츠’ 강화에 경쟁적인 투자를 주저하지 않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을 중심으로 넓은 공간을 활용한 설치물로 고객을 모으고 있다. 작년 말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공개한 ‘H빌리지’는 ‘해리의 꿈의 상점(La boutique d’Harry)’을 테마로 약 1000평 규모로 선을 보였다. 11m 높이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와 16개 유럽 작은 공방들이 모여 있는 상점, 6,000여 개의 조명으로 꾸민 서사와 비주얼로 소비자들 을 줄 세웠다. 두 달간 운영된 이곳은 공개 즉시 ‘핫플’로 떠오르며 온라인 대기가 한 번에 2040팀을 넘어서는가 하면 당근마켓에는 무료인 예약 입장권에 웃돈이 얹어져 사고파는 일까지 만들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열리는 ‘폼페이 유물전’이나 상반기 예정된 ‘로빌런트 보에나’와 함께 하는 미술 전시회는 벌써부터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더현대 서울은 오는 3월 5층에 727㎡(약 220평) 규모의 팝업·휴식 복합공간인 ‘팝업 플랫폼’도 조성할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세븐틴, 헬로키티 팝업으로 젊은 고객의 발걸음을 끌어모은데 이어 올해도 업종과 업태의 경계를 허문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할 계획이다. 특히 ‘예술 마케팅’에 주력하여 2020년 강남점 3층을 리뉴얼해 미술품 전시 전용 공간 ‘아트 스페이스’를 조성, 전시와 동시에 판매까지 하고 있다. 매장 내 체류 시간도 늘리고 예술적 감성을 높임으로써 고급 제품의 매출 상승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롯데백화점은 MZ세대에 집중하면서 이들의 선호도가 높은 식음료 매장을 힘써 유치하고 있다. 작년 3월 롯데월드몰(잠실)에 국내 최대 규모로 문을 연 ‘노티드 월드’에 이어 8∼9월 연달아 입점한 ‘런던베이글뮤지엄’과 ‘블루보틀’은 단연 화제가 되었다.


1838년 처음 문을 연 봉마르쉐(Le Bon Marche) 백화점은 상품을 파는 곳이 아니었다. 윈도우 너머에 있는 꿈과 이상, 희망을 팔던 곳이다. 패션사업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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