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인] 베를린, 패션위크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다

발행 2021년 02월 02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이혜인의 ‘유럽서 전하는 패션 이야기’

 

 

 

지난 2020년 6월 베를린 패션위크 주최 측은 함께 열리던 프리미엄 박람회가 파산하면서 2021년부터 전체 운영을 프랑크푸르트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논란 끝에 메르세데스-벤츠가 주관하는 패션위크(MBFW)는 베를린에서 진행하고, 프리미엄, 시크, 네오니트 등 무역 관련 박람회는 프랑크푸르트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이탈리아 패션위크와 박람회가 비슷한 시기 밀라노와 피렌체에서 진행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그 어느 도시보다 실험적이고 창의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베를린 패션위크는 갈수록 성격이 모호해졌다. 방문객과 참관 기업이 줄어들고 한계점들이 드러나면서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20년 프랑크푸르트로 쇼의 이전이 논의되면서, 연간 45만 유로(약 6억 원)의 예산으로 운영해 온 베를린시가 350만 유로(한화 약 46억 원) 지원을 결정했고, 운영 주체인 메르세데스-벤츠의 의지로 명맥을 이어 나가게 되었다. 반면 프랑크푸르트는 향후 3년간 1,000만 유로(약 130억 원)를 패션 환경 개선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2021년 베를린 패션위크는 100% 디지털 패션쇼로 진행되었다. 수익과 연결되는 각종 패션 박람회들이 빠지고 뿌리 깊은 DNA인 혁신, 지속가능성과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재설계됐다. 


이번에 처음 기획된 ‘202030 베를린 패션 서밋(202030 Berlin Fashion Summit)’은 새로운 비전을 논의하고 개발하기 위한 글로벌 워크숍 행사이다. ‘베를린 지속가능성 아젠다(Berlin Sustainability Agenda)’ 연구 결과와 함께 지속가능한 패션의 미래를 논의했다. 

 

 

 


패션 매거진 하이스노비티(Highsnobiety)가 처음으로 베를린 도시의 정체성을 디지털 이벤트로 풀어낸 ‘베를린, 베를린’을 선보였다. 또 온라인 패션 플랫폼 ‘어바웃유(About You)’에서는 아디다스, 퓨마, 리바이스 등과 함께 디지털 리패션 위크(Re-fashion Week)를 발표했다. ‘RETHINK, REWEAR, RESTYLE’을 모토로 지속되는 브랜드의 가치와 순환 패션 등 패션 문화 관점에서 진행되었다.  


그러나 올해 베를린 패션위크의 결과는 한마디로 실패라고 이야기한다. 100% 디지털로 진행되면서 패션쇼를 관람하는 조회 시간 자체가 짧아졌고,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의 취임식과 맞물려 관심을 끌기에 역부족이었다. 202030 베를린 패션 서밋 또한 디지털로 진행되어 일 1,300건의 선등록으로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예상됐으나, 실제 참가자 수는 상당히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절한 시기와 전반적인 관심 부족으로 이번에 더욱 대중과 멀어지게 되었다. 


패션위크는 그동안 패션 산업의 상징과 같은 행사로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가 그들의 최신 컬렉션을 바이어와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최고의 이벤트였다. 이제 코로나 19로 인해 무관중의 비대면 디지털 쇼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특정 관객 중심에서 쇼의 주체는 대중 전체로 확대되었다. 베를린 패션위크의 경우도 상징성과 경제 효과를 고려해 패션 위크만큼은 고수했으나 올해는 시기, 홍보, 진행 모두 시행착오를 겪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패션위크만 남겨져 차별화 전략을 재수립하면서 디지털 패션 서밋과 쇼만으로 진행하기에는 경쟁력이 취약했다. 

 

 

베를린 vs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vs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시가 패션위크와 패션 박람회 전부를 프랑크푸르트로 빼앗길 위기가 되자 뒤늦게 예산 증대를 결정했고, 프랑크푸르트는 가장 큰 규모의 박람회였던 IAA(국제모터쇼)가 뮌헨으로 이전되면서 패션 관련 박람회의 전폭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그만큼 패션 산업은 도시의 경제 효과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의 서울 패션위크도 올 3월이면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된 후 다시 진행될 예정이다. 코로나 이후 더욱 중요한 패션위크의 조건은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수익과 범용성이다. ‘그들만의 리그’로 이루어졌던 행사에서 벗어나, 도시의 차별화된 특성으로 무장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서울은 특유의 정체성을 가진 스트리트 패션과 누구보다 빠른 디지털 경쟁 우위가 있는 글로벌 패션 도시다. 패션위크 개최의 본질을 재점검하여 모두가 관객이 된 시대에서의 재도약을 기대해본다.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면 뉴스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