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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규] 애매하고 교묘한 유사 상표의 반격

발행 2023년 02월 23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이재규의 ‘진품가품의 세계’

 

 

요즘 패션 플랫폼에 들어가 보면, 정품 상표를 교묘하게 변형해 사용하는 가품 셀러들의 판매 링크들이 다수 눈에 띈다.

 

대놓고 그대로 베낀 완벽한 짝퉁이라면 신고를 통해 링크를 제거할 수 있지만, 변형 제품의 경우는 골치가 더욱 아파진다. 이러한 트렌드는 업자들의 지능적인 수법과 플랫폼의 다소 소극적인 단속 태도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플랫폼들이 더 적극적으로 가품 셀러들에 대한 제재를 가하거나 판매링크를 제거해주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 그러나 플랫폼은 플랫폼대로 사정이 있다.

 

완벽한 짝퉁의 경우는 신고 즉시 판매링크를 제거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상표가 완전히 동일한 것이 아니라 유사한 경우는 법률적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고, 플랫폼 입장에서 그러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모험이 따른다.

 

상표의 동일/유사 여부 판단은 해당 법률 분야에서 수년간의 경험을 갖춘 전문가라고 해도 불과 7, 80%의 예측 정확도를 보일 뿐이다. 따라서 플랫폼 측이 개별 사안에 대해 일일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도 없고, 판단을 내려서도 안 된다.

 

상표의 유사 여부는 상품에 따라 다르고, 시장에 따라 다르며, 주 소비층의 수준에 따라 다르고, 심지어는 시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따라서 플랫폼이 직접 손댈 수 있는 범위는 두 상표가 완벽하게 동일한 경우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더욱 심한 경우는, 가품 셀러가 아예 유사상표를 특허청에 자기 상표로 등록을 해버린 경우이다. 물론, 특허청에서는 선 등록상표와 동일한 경우뿐만 아니라 유사한 경우에도 심사에서 가려내 후 출원 상표의 등록을 불허하긴 하지만, 시장에서 소비자의 혼동을 일으킬 수 있는 광범위한 유사상표가 모두 거절되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 신고가 접수된 가품 셀러가 본인도 상표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상표등록증을 제시하게 되면, 판매링크 제거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정품업체, 즉 브랜드 소유자가 어떤 악성 가품 셀러를 상대로 소송까지 가서 승소한 경우는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 플랫폼에 판결문을 제시하면서 판매링크를 없애 달라고 요청할 수 있지만, 소송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닌 다른 셀러가 판매하는 경우라면 이 역시 어려워진다.

 

이보다 더 지능적인 경우는, 어떠한 타겟 브랜드에 대해 특허청의 심사를 턱걸이로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유사상표로 일단 등록을 받아 놓고, 실제 사용 시에는 정품 상표와 조금 더 유사한 형태로 살짝 변형해 사용하는 행태이다.

 

물론, 등록받은 상표와 실제 사용하는 상표에 차이가 있을 경우는, 부정 사용 또는 불사용의 문제가 발생, 상표등록이 취소될 수도 있지만, 여기에 제조 공정상의 불가피한 차이까지 허용하지 않을 만큼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가품 셀러는 상표 외의 모든 것들, 즉 원단 재질, 컬러, 상표의 배치와 크기, 패키지 등 다른 모든 것들을 정품과 철저히 동일하게 제작해, 구매자 입장에서는 상표에 다소 차이가 있어도 구매할 가능성이 충분해진다.

 

신고가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플랫폼이 판매링크를 제거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링크가 살아남은 가품 셀러들의 행동은 더욱 대담해진다. 즉, 이제는 음지에서 양지로 나와 마음 놓고 대량으로 물건을 포스팅한다.

 

어렵게 구축한 자신의 브랜드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브랜드 소유자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플랫폼들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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