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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기] 모두가 큐레이터인 시대, 새로운 ‘쿨 헌터’가 온다

발행 2021년 03월 18일

어패럴뉴스기자 , webmaster@apparelnews.co.kr

김홍기의 ‘패션 인문학’

출처=게티이미지

 

 

백화점 바이어로 활동하던 90년대 중반, 나는 쿨 헌팅과 큐레이션이라는 개념과 처음 만났다. 쿨 헌팅이란 미래에 유행할 상품 경향을 예측하는 마케팅의 조사방법 중 하나로, 심층 인터뷰와 각종 매체조사, 언론에 나오는 각종 이미지를 취합하여 시장에서 ‘먹혀들’ 유행흐름을 찾는 일이었다. 큐레이션도 매장 내 교차구매를 일으키는 ‘상품 조합’ 정도의 개념이었다. 당시로선 실험적인 용어였는데 이제는 리테일 산업에서 검증된 문법이 되었다.

 

되돌아보면 차세대 유행 흐름과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 대기업들은 WGSN 과 같은 해외의 유행 예측회사에서 내놓는 패션시장 및 런웨이 분석, 유행경향, 스와치 북을 참조해왔다. 하지만 이런 기관에의 의존도가 줄어드는 추세다. 해를 더할수록 시장의 욕망이 미세하게 세분화 되다 보니, 각 제품별 잠재고객들은 자신의 취향과 맞아 떨어지는 브랜드를 즉각적으로 선택하기 위해, 큐레이션 서비스에 의존한다. 인스타그램은 제품의 사용맥락을 새롭게 풀어가는 온라인 무드보드가 된지 오래다.

 

 

무드보드 이미지 / 출처=핀터레스트

 

 

우리시대의 무드보드

 

필자가 주목하는 이가 있다. 아카디 에벗이라는 인물이다. 그는 호주에서 로스쿨에 다니면서 쉬는 시간에 인스타그램에 UnownedSpace 라는 아웃도어 패션을 특화한 계정을 운영한다. 그가 큐레이션 페이지는 광활한 산과 숲의 풍광과 더불어 살로몬Salomon와 오클리Oakley 와 같은 아웃도어 제품 이미지로 가득하다. 그는 자신의 아카이브를 통해 6만 명이 넘는 팬 층을 확보했다. 그의 팬들은 스포츠복과 등산복 같은 아웃도어 의류를 일상적으로 연출하는 고프코어Gorpcore 족들이다.

 

에벗은 오래된 캠핑 잡지에서 추출한 살로몬 제품의 이미지들을 큐레이션 한다. 최근 에벗은 파트레온Patreon이라는 구독자 기반의 플랫폼에 자리를 만들었다. 한 달에 2불에서 50불을 내면 그가 수집한 고화질의 이미지 컬렉션에 접근할 수 있다. 나아가 구독자들을 위한 브랜드 리서치, 아웃도어 웨어 브랜드를 위한 컨설팅까지 한다.

 

애벗이 만드는 온라인 ‘무드보드’는 개인의 취향이 농밀하게 녹아있는 큐레이션이 시장을 읽는 나침반이 되었음을 증명한다. 조선 정조시대의 학자 유한준은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감상하게 되며, 감상하다 보면 수집하게 되니 수집은 그냥 쌓아두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수집Collecting은 예술을 이해하는 마지막 경지이다. 수집을 통해 구축된 자료는 한 개인의 시선을 통해 과거에서 현재까지, 새로운 맥락과 이야기의 옷을 입은 채 제시된다. 필자도 최근 서브스택Substack 이란 플랫폼에 계정을 만들었다. 서브스택은 특정 주제로 글을 쓰고, 유료 독자들에게 이메일 서비스를 해준다. 일종의 정보 큐레이션 사이트다. 이곳에서 최근 코로나 이후, 부쩍 증가한 리빙과 아트, 미술투자에 관해 정교하게 다듬은 시장정보와 오랫동안 컬렉터로 살아오며 배운 통찰을 나눌 생각이다.

 

 

초 하이퍼 세분화 시대를 항해하는 법

 

지금껏 패션계의 인플루언서는 보통 자신의 팔로어들과 개인적 친밀감을 쌓으면서 기업과 협업을 하고, 패션 이벤트에 다녀온 소식을 올리는 방식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해왔다. 하지만 최근 인스타그램을 온라인 무드보드를 통해 진정한 ‘엣지있는 개인의 세계’를 창조하는 이들이 주목 받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개인정보를 올려가며 소통하기보다, 자신이 고른 테마를 웅숭깊게 탐색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성장을 도모한다. 이들이 차세대 쿨 헌터로 성장하고 있다. 세분화된 영역의 전문가로, 개인의 필터로 걸러낸 정보들을 통해 패션과 각종 브랜드에 영감을 불어넣는다. 우리시대의 쿨Cool함은 자신의 철학과 정체성을 온라인에서 이미지를 그러모아, 조립하는 단단한 정신의 소유자들에게서 나오고 있다. 패션기업들은 빨리 이렇게 온라인에 감추어진 이들을 포착하고 손을 잡아야 한다. 그들의 무드보드를 주목하라.

 

 

김홍기 패션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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