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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 슈즈멀티숍, 언제까지 글로벌 스포츠에 의존할 것인가

발행 2019년 12월 24일

박해영기자 , envy007@apparelnews.co.kr

 

박해영 기자
박해영 기자

 

[어패럴뉴스 박해영 기자] 슈즈멀티숍이라는 리테일 업태가 국내에 상륙한 지 20년이 다 되어 간다. 그런데 과거부터 현재까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생각이 든다. 쏠림이 너무 심하다 보니 이들의 세일즈 컨디션이 국내 리테일러들의 영업을 좌우하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가장 파워가 큰 ‘나이키’가 최근 궤도 수정을 하면서 이런 상황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미국 본사 정책이 직접 영업으로 바뀌면서 국내 리테일러, 특히 슈즈멀티숍이 적잖은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나이키’는 디지털 전환, D2C(직거래), 브랜딩 등 3대 핵심 과제를 내놓았다. 이로 인해 예전과 상황이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국내에서도 핵심 밴더 중심으로 재편하고 공급 물량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홀세일 밴더사는 물론 밴더 물량도 기존보다 축소하는 등 직거래 비중을 늘리기 위한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얼마 전부터 ‘나이키’는 요청 사항이 몇 가지 더 늘었다. 토탈 브랜딩을 위해 멀티숍 내 의류 구성비를 확대해 줄 것과 ‘나이키’ 제품은 1층에만 배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또 디지털라이징의 일환으로,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과의 옴니 채널 구현이 가능한 파트너사를 선호하고 있다. 나이키 동영상 광고를 상시 보여 줄 수있는 동영상 플레이 설비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슈즈멀티숍들은 무리를 해서라도 그들의 요구를 들어 주려고 한다. ‘나이키’는 일반 멀티숍 매장에서 40% 가까운 매출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인데, 매장 집객력도 크게 좌우한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1등 브랜드로의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진다.


기준 없이 시류에 따라 움직이는 멀티숍 업계도 문제다. 수년 전 아디다스 ‘스탠스미스’의 인기가 폭발하자 멀티숍 업체들은 엄청난 물량을 사들였다. 푸마, 리복, 컨버스 역시 고점과 저점을 찍을 때마다 과도한 경쟁을 벌여 재고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멀티숍 시장이 성장기를 맞았을 때 재고는 더 많이 쌓이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연출됐다.


리딩 스포츠 브랜드의 사입가는 멀티숍 기준 판매가의 50~54%에 육박한다. 팔아도 남지 않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이들이 있어야만 외형 매출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레스모아’는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나이키’와 계약을 포기했다. ‘레스모아’는 제품의 지속적인 사입에 상당한 자금 부담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반스, 휠라, 나이키, 아디다스 등 일부 글로벌 브랜드의 멀티숍내 점유율(매출 기준)은 70~80%에 육박한다. 나머지 20~30%의 매출을, 70% 구성비의 브랜드들이 나눠 먹는 셈이다. 슈즈멀티숍의 전성기가 빨리 끝나버린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스트리트 슈즈 등 대안이 될 만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투자하는데 인색한 결과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 세월 동안 멀티숍은 PB는 물론 신진 브랜드 육성을 통한 세대교체에도 실패했다. 글로벌 스포츠를 비싸게 사들이는 대신, 브랜딩을 위한 공간 제공과 수수료 혜택을 통해 스트리트 슈즈 브랜드를 인큐베이팅하고 협업 라인을 개발했다면 지금처럼 주도권을 글로벌 브랜드에 내어주는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지 모른다. 오늘 눈앞에 펼쳐진 이 살얼음판 같은 현실은 자생력을 키우지 않은 업계가 스스로 불러온 사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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