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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매출 실적 유출했다’고 정직...여전한 유통사의 시대착오

발행 2021년 05월 11일

박해영기자 , envy007@apparelnews.co.kr

출처=게티이미지

 

[어패럴뉴스 박해영 기자] 최근 아마존이 물류 창고 방역 실태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직원 2명을 불법 해고해 파문이 일었다. 미국 국가노동위원회가 노동 탄압으로 결론짓고, 정치권도 해명을 요구하고 나서자, 아마존 측은 해고한 직원들의 내부 규율 위반을 언급하며 근로 조건이나 안전 문제를 비판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국내 한 유통 업체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다. 유통과 패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인 이 회사는 최근 오픈한 점포의 매출이 언론에 공개되자, 내부 유출자 색출에 나섰다고 한다. 


이후 유통사와 계열사 직원 중 일부는 정직 처분을, 일부는 감봉 조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해당 기업은 거래처로부터의 컴플레인과 언론의 부정적 인용을 명분으로 내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당시 기사들은 대부분 매우 호의적인 내용들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언론들이 쏟아낸 ‘찬사’들은 적지 않은 홍보가 됐을 것이고, 사람들을 끌어모으는데 기여했을 것이다. 그래서 처음 색출에 나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참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싶었고 그러다 말겠지 했다. 그런데 정직에 감봉이라니. 들려오는 얘기는, 신규 점포에 입점한 명품 업체 중 일부가 매출 오픈에 불만을 표출한 데 따른 조치인 것 같다는 것이었다. 


백화점 매출 공유는 그냥 관행이다. 바이어들은 품앗이라는 표현을 할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심지어 각 매장 매니저들이 매출을 취합해 일일 매출을 공유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법이 바뀌어 외국계 유한회사들도 실적을 공개하는 것이 의무가 되었다. 증권사, 개미 투자자, 블로그, 유튜브 등 온갖 채널에서 기업 실적을 분석한다. 또 실제 백화점의 매입과 매출 공유가 해고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도 있다. 고객 정보, 제조 과정, 거래처 정보 등이 아닌 단순 매출 유출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매출은 일반 정보이지 영업 기밀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동안 유통 업계에 몇 차례 동일한 이슈가 있었지만 실제 정직이나 감봉 조치로 이어진 사례는 없었다. 해당 직원들은 별안간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꼴이 됐다. 관례적으로 행해져 온 일에 대한 결과로는 너무 가혹하고, 이를 지시한 경영진의 의도를 궁금해하고 있다. 


이번 조치가 행해지기 전에 직원들을 색출하는 과정에서의 조사 방법도 놀랍다. 횡령이나, 뇌물 수수도 아닌, 누구나 공유하는 실적을 유출했다는 이유로, 자사 보안 문서 암호를 해제한 후 의심자의 PC 반출 조사, 스마트폰 포렌식 조사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색출 작업을 진행했다고 알려졌는데, 사실이라면 검찰, 경찰이 영장을 받아 하는 일을 기업이 직원을 상대로 벌인 것이 된다. 


이 과정에서 동의서에 사인을 한 직원들이, 자율적인 선택을 했다고 보기는 당연히 어렵다. 동의하지 않으면, 유출자로 내몰릴 수 있는 상황임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거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스마트폰은 형사 사건을 일으킨 범죄자가 아니고서는, 부모, 형제, 배우자 그 누구도 함부로 들여다보아서는 안 되는 물건이다. 한 사람의 인생, 한 인간의 비밀이 그 안에 모두 있을 수 있기 때문이고, 그것을 존중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다. 


아마존은 직원이 회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했음에도 해고가 부당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지만, 어디서나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실적 수치를 가지고 정직이나 감봉 처분을 받게 된 이 유통 업체 직원들은 구제받을 길이 없다.

 

어떻게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일이 버젓이 벌어질까. 우리나라 재벌 유통사들의 권위주의적 기업문화와 행태는 뿌리가 깊다. 직원의 인권 따윈 안중에도 없는, 세상의 변화에는 아둔해진, 여전히 시대착오에 빠져 있는것 아닌가.

 

 

박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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