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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비즈니스인사이트 부회장

달력과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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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마당 - 김인호 비즈니스인사이트 부회장

 

달력과 인공지능

 

 

지극히 주관적인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은 달력인 것 같다.

‘1년, 12달, 365일을 첫째 요일부터 일곱째 요일까지 적어 놓은 물건’에는 태양과 지구의 관계는 물론, 행성까지 정리가 되어 있다. 굳이 동양의 중국력이나 서양의 율리우스력이며 그레고리력 등을 구분하지 않아도 달력은 충분히 인간의 생활을 일목요연하게 가이드해주는 필수품이다.

서울 보신각에서 가장 빠른 한해가 시작될 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나누고, 시차를 넘어서 14시간 뒤에 타임스퀘어에서 “Happy New Year” 인사를 나눌 때면, 달력의 위대함을 제대로 느낀다. 어제와 다른 오늘이, 다른 해로 바뀐다는 공통 약속을 통해 새로운 마음 혹은 다짐을 할 수 있게 하는 신비한 힘 때문이다.

지금처럼 SNS가 폭주하는 시대에는 수많은 전자카드 세례를 받을 수 있어서 더욱 그렇다.

어제와 다른 오늘, 지난 달과 다른 이번 달, 그리고 지난 해와 다른 금년을 구분해서 더욱 분발하고, 다짐하게 하는 순기능을 첨가한 것은 인류가 진화하는 비결이었다.

국왕이 존재하는 일본은 여기에 하나를 더 부가해서 연호를 사용한다. 大正, 昭和 등 국왕을 중심으로 연호를 사용하여 시대 구분을 하는 것은 중국과 우리 나라의 영향이지만, 실제 사용 국가는 일본뿐이다.

자기들만의 연호 사용이 폐쇄적이라는 단점도 있지만, 시대를 나누고 정리하는 방법으로는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올 5월에 새로운 국왕이 즉위하기 때문에 헤이세이(平成)는 31년으로 종식되고, 새 연호가 쓰이게 된다. 이렇게 달력은 변화의 분기점이고, 지난 페이지를 찢고 새로운 장을 맞이하는 희망점이다.  

기해년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또 성공에 대한 다짐을 한다.

그런데, 거의 모든 산업에서 성공을 위한 도구로 AI (인공지능)를 공통 화제로 삼는다. 세상이 AI 발달에 더 관심을 갖고 있고, 그것이 크게 도움이 된다는 증거이다.

패션업계에도 여러 연구소가 AI 활용을 통해 고객 취향과 체형에 맞는 옷을 스타일링해주고 추천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강화될 것이라는 예측을 쏟아내고 있다.

이렇게 AI가 딥런닝을 통해 세상의 주류가 된다면, 인류가 추구하던 생활이 크게 변화할 것 같다.

패션업은 ‘계절 MD’, ‘52주 MD’가 보다 세분화되어 ‘365일 MD’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AI는 ‘매일 새로운 패션’을 위해 데이터를 분석할 것이고, 사람은 본의 아니게 그에 종속되어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이 반복될 것이다.

이때, 우려할 것은 인류가 기존 달력에서 얻었던 숫자 이외의 감정, 즉 새로운 분발과 다짐을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점이다. 

 ‘기해년’이라는 육십간지와 분과 초를 나눈 60진법은 물론 월과 시간을 나눈 12진법도 디지털의 2진법으로 편입되기 때문이다.

시계는 이미 디지털에 의해 12, 60진법을 상실한지 오래다.  아날로그 특유의 12시가 되려면 몇 분이 남았다는 표현은 디지털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AI 시대에는 달력도 마찬가지 상황이 될 것 같다. 전자기판 위에 날짜가 번쩍이는 시대에서 ‘365일 MD’를 다루는 사람들이 혹여 종이 달력을 찢으면서 느끼던 인류 진화의 비밀, 즉 새로운 다짐과 분발을 잊을까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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