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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선진국의 오늘 - K패션 미래를 묻다

발행 2016년 09월 20일

박해영기자 , envy007@apparelnews.co.kr

사람들은 일본 하라주쿠에서 가격 싸고 스타일 강한 니폰 스타일을 찾고, 프랑스 파리의 상제리제를 생각하면 명품 매장을 떠올린다. 미국 메이시스 백화점은 실용주의 패션의 대표주자인 ‘캘빈클라인’과 오버랩 된다.


세계인들에게 파리, 밀라노, 뉴욕, 런던은 패션의 첨단 도시로, 그들만의 색깔로 각인되어 있다. 그런데 영원불멸할 것 같던 이들 패션 선진국들이 장기 불황 앞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장은 자연 생태계와도 같아서 그 대안을 찾고 진화를 꾀하는 중이다.


이제 막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K패션의 미래에 대한 힌트도 그 안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버블 붕괴 이후 일본, 비즈니스 혁신 모델 등장


국내외를 막론하고 메가트렌드로 부상 중인 ‘가성비’ 패션은 92년 버블 붕괴를 겪은 일본에서 태동했다는 주장이 있다. 시장 환경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지만 오히려 새로운 기류의 브랜드들이 글로벌 마켓을 향해 진출하는 터닝 포인트가 됐다는 분석이다.


국내 유일의 일본 경제 전문가인 서울대국제대학원 김현철 교수는 “버블 붕괴와 함께 옷값도 붕괴됐고 고객들 역시 가성비 패션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의류 가격은 10분 1로 급하강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또 “‘유니클로’와 ‘시마무라’같은 가격파괴 브랜드가 부상하기 시작했는데, ‘유니클로’는 베이직 의류로, 주로 중앙 입지형 로드사이드점에, ‘시마무라’는 패션성 강한 의류이면서 외곽 입지형 로드사이드 전략으로 성장했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국내 패션 업계가 이 두 브랜드의 핵심 비결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두 브랜드 모두 저가 원단, 부자재로 가성비를 완성한 게 아니라,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영역을 바꾼 뉴 비즈니스 모델로 경쟁력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국내 브랜드 역시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혁신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일본의 비싼 땅 값 때문에 교외로 밀려 난 쇼핑몰이 등장했고,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작은 소품으로 삶의 즐거움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게 라이프스타일이 태동하게 된 배경이 됐다.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일본에서 터를 잡았던 유니클로, 무인양품, 다이소 등이 과포화된 내수를 넘어 해외 진출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마찬가지다.

 

미국 밀레니얼스, 인터페이스형 전략으로 부상

 

트렌드정보회사 스타일러스의 안원경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자로서, 브랜드로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착한 소비를 주도하고 직접 소통하는 데 주저하지 않으며 한국과 미국을 마치 이웃집처럼 오간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눈여겨 봐야할 브랜드 중 하나가 바로 미국의 ‘에버레인(Everlane)’이다. ‘에버레인’ 온라인 메인 페이지에는 “타사에서 120달러에 파는 제품을 우리는 40달러에 팔고 있다”는 문구와 함께 소위 원가표와 생산 과정이 공개되어 있다. 가격 책정의 합당한 이유를 설명하고 트렌스페런트(투명한) 브랜드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에버레인’은 젊은 밀레니얼스가 런칭한 브랜드로, 미국 현지에서는 이들이 런칭한 브랜드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감각적이면서 아이디어가 충만하고 소비자와 상호 소통하는 인터페이스형 전략을 구사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최근 서양 패션계는‘인스타그래머’가 젊은 소비자를 지배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랜드 가치관, 광고 스토리 등을 올리며 소비자와 브랜드가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로 활용된다. 덕분에 그들은 중요한 행사에 VIP로 대접을 받는다.


안 대표는“국내 패션 업체들은 무조건 온라인으로 상품을 팔 생각부터 한다. 그보다 일단 소통할 수 있는 사이트와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어 사람들을 모여들게 한 다음 판매와 연계한 플랫폼으로 진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명품의 나라 프랑스…글로벌 대응 전략 급회전

 

숫자 중심으로 브랜드를 운영하다 보면 브랜드 수명이 짧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 필요한 것은 크리에이티브한 디자인이다.


세계 명품 시장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프랑스의 사례를 들어 보자. 프랑스 경제 상무관실의 오현숙 상무관은 “프랑스 패션이 대표성을 띄게 된 데는 창의성에 기인한다. 시계의 무브먼트, 란제리 등을 최초로 개발한 나라가 프랑스다. 그만큼 남다른 DNA를 가지고 있다. 한국과 달리 짧은 유행을 쫒지 않는 독창적 디자인 덕분에 100년 동안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프랑스 패션이라고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창의성에 주력한 나머지 상업성이 떨어지고, 독특하고 디테일이 강한 패션으로 인식되면서 미니멀리즘이 유행할 때마다 매출이 떨어지는 상황을 겪어야 했다.


이제 프랑스 패션도 점차 변하고 있다. 시대성, 대중성을 추구하는 컨템포러리 패션이 대표적이다. 바네사부르노, 이자벨 마랑, 마쥬, 더쿠플스 등이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이들 프랑스 패션은 더 이상 바이어를 기다리지 않는다. 아시아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현실 인식과 행동이 따른 결과다.

스페인 패션 글로벌라이징은 정부 정책의 승리

 

이 부분에서 자라, 망고, 버시카 등 세계에서 지명도를 높이고 있는 스페인 패션을 짚지 않을 수 없다. 스페인경제상무관실의 안토니오 가르시아 참사관은 “스페인 패션 업계는 장인 정신으로 무장한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탄탄한 인프라를 구축해왔고 이후 다양한 소재 개발과 창의적 디자인으로 성장했다”고 강조한다.


그는 하지만 “기업형 브랜드가 아니다 보니 마케팅 역량이 부족한데다 해외 마케팅을 지원할 인프라 조차 갖추고 있지 못해 90년대까지 패션 브랜드의 해외 진출은 답보 상태였다”고 말한다.


문제의 심각성을 뼈저리게 느낀 스페인 정부는 자국 패션의 세계화를 위한 투자에 팔을 걷어 붙였다. 1984년부터는 스페인무역투자진흥공사(ICEX)를 통해 영세 패션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더불어 ICEX 장학인턴제도 수혜를 받은 2000명이 넘는 해외마케팅 전문가들이 스페인 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홍보 활동에 투입됐다.


그렇다면 국내 패션 시장은 지금 어느 지점 쯤에 있는 걸까. 한국은 이미 밀레니얼 세대가 온라인 플랫폼을 무대로 패션 시장에 등장했고, 글로벌 비즈니스의 선두 대열에 서고 있다. 서브 컬처에 흠뻑 취한 디자이너들은 글로벌 대세가 된 스트리트 패션으로 일본을 뛰어 넘은 지 오래다.


신예 브랜드 ‘앤더슨벨’은 미국, 일본, 중국 등 8개국에 상품을 수출하고, 이동기 디자이너의 ‘이스트로그’는 영 ‘GARB STORE’의 수주 계약을 따 냈다. ‘로우로우’ 역시 미국, 유럽 등에서 희소식이 늘고 있다.


이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프랑스 패션처럼 크리에이티브한 감성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각 기업들은 비즈니스 체질 개선을 통해 글로벌 무대로 보폭을 넓혀가야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패션은 한국을 아시아의 교두보로 삼고 공략의 고삐를 바짝 거머쥐고 있다. K패션의 비상을 준비해야 할 때다.

 

위기의 세계 유통가 지금 혁신 중
미국 스마트 테트놀로지로 차별화

 

버블 붕괴를 겪으며 일본의 대형마트에서는 의류가 배제됐고, 백화점은 통폐합과 리모델링으로 생명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새로움을 거부한 미치코시, 다카시마야는 고객과 함께 고령화되어 가고 있지만 이세탄은 젊은 세대를 끌어안기 위해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실현, 젊은 고객을 흡수하는 데 일단 성공했다.


김현철 서울대 교수는“결과적으로 한국도 일본처럼 백화점이 극단적으로 양극화 되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전통적인 채널이 축소되고 로드사이드형 브랜드, 패션 몰 등 새로운 유통이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 패션 유통계도 구조조정이 가속화 되고 있다. 미국 메이시스 백화점이 100개점 패쇄를 결정했고, 스포츠어써리티(SPORT AUTHORITY)는 최종 중단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혁신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미국 대형 스포츠용품 리테일러인 스포츠어써리티의 파산 신청 배경의 이면에는 경쟁사인‘딕스(Dicks)’가 있다.


‘딕스’는 차별화된 디스플레이와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서비스 덕분에 고객이 오히려 더 몰려들었다.


안원경 스타일러스 대표는 “‘딕스’와 같이 최근 미국 오프라인 유통가에는 신기술을 이용한 고객몰이가 통하고 있다.


장거리 쇼핑을 해야 하는 미국의 특성 상드라마틱하고 파워풀한 콘텐츠를 오프라인에 끌어 들인 곳들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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